아침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려고 했는데, 눈 뜨니 이미 12시=ㅂ= 그냥 그대로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다 금세 20분이 지난 걸 보고서야 벌떡 일어났다. 귀찮음을 이겨내고 밖으로 나오니, 바람은 좀 불지만 날이 왜 이렇게 좋은지. 볼 일을 마치고 그대로 집에 들어가기 싫어 근처에 있는 호수공원으로 발을 옮겼다.
공원 산책로에선 바람이 불자 흙먼지가 일었다. 호수 산책로에 해수욕장에 가면 있는 그런 모래를 깔아 놓다니... 이해가 되지 않아 웃었다. 그때 눈앞으로 굴러가던 시든 풀. 얼핏 황야에 굴러다니는 먼지뭉치 같았다. 그게 마치 황량한 내 마음 같아서 사진을 찰칵. 그리고 계속 느긋하게 호수 둘레를 따라 걸었다. 그러다 햇빛 잘 드는 곳에 앉아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 근처에 앉았다. 거기서 두 분이 손자와 도란도란 주고받는 이야기를 몰래 엿듣기도 하고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시간을 보내다 왔다.
돌아오는 길에도 조금 걸었는데, 횡단보도를 같이 기다리던 한 아주머니가 갑자기 '이 길로 쭉 가요?'라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뭐라 대답할 틈도 없이 아주머니는 갑자기, 성형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젊은 사람들 성형 많이 하지 않냐면서 성형을 하려면 꼭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고. 과하게 하지 말고 자기 얼굴에 맞게 알아서 해달라고 해야 한다며 나에게 신신당부를 하는 것이었다. 너무 열성적으로 말씀하시길래 그냥 네네, 그러면서 듣고 가는데, 본인이 욕심을 부리다 참 예쁜 눈을 망쳤다며 모자로 가리고 있던 눈을 보여주시는 게 아닌가. 그리고 다시 한 번 신신당부 하시더니 총총히 앞서 가셨다.
쌍꺼풀 없는 내 눈을 봐서 그런 당부가 해주고 싶으셨던 건지...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앞서 가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보니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그저 예뻐지고 싶었을 뿐인데, 욕심이 과했다. 누굴 탓할 것도 없이 본인의 욕심이 화를 부른 거라고 조금 울먹이시던 아주머니. 자칫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는 건데.. 그런 이야기를 길 가던 생판 남에게 들려준 그 마음. 멀어지는 아주머니를 보며 그런 마음 다 내려놓으시고 편안해지시길. 하고 바랐다.
누가 뭐라 해도 따뜻하고 바람은 살랑 부는 좋긴 좋은 날들이다.
울적한 마음 품지 말고 매일매일 즐거운 봄날을 누리길.
나는 물론이고, 모두가 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