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ION NOTES

01 기획의 시작 · 촬영지 선정



기획의 시작 ~새로운 전설의 탄생~


2015년 2월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에게 한 권의 시나리오가 들어왔다. 그것은 몇 년 전, 아오시마 타케시와 타키모토 토모유키가 쓴 오리지널 시나리오였다. 과거에 어떤 경험을 한 세 명의 소년이 세월이 흘러 재회한 이야기. 그리고 세 명의 소년에게 큰 영향을 미친 여주인공. 이 오리지널 시나리오에 흥미를 가진 후루하타 감독은 여주인공 설정 개편을 주장하며 시나리오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8월 ---후루하타 감독의 의견이 반영된 『추억』의 각본이 완성된 시점에 토호에서 영화화 이야기가 들어왔다.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 작품을 기다리고 있던 토호는 이 기획에 곧 바로 GO사인을 냈다. 그 시점에서 촬영에 기무라 다이사쿠의 참여도 결정. 이에 따라 07년 『빙신 憑神』이후로 후루하타 감독과 기무라 다이사쿠 콤비가 부활했다.


주연에는 『영원의 제로 永遠の0』(13년), 『저녁매미 일기 蜩ノ記』(14년)를 비롯해 다수의 작품을 성공시키고,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국민적 배우인 오카다 준이치에 주인공 시카타 아츠시 역을 제안. 일찍부터 일본 영화계의 전설인 후루하타 감독, 기무라 다이사쿠 콤비와 일을 하고 싶었다는 오카다는 출연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오카다의 출연이 결정되자 그와 우정으로 맺어진 케이타 역의 오구리 슌, 사토시 역의 에모토 타스쿠, 나가사와 마사미, 기무라 후미노, 더하여 여주인공인 료코를 맡은 안도 사쿠라, 요시오카 히데타카 등 호화 배우진이 속속 결정되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추억』의 촬영 준비가 시작된 것이다.



촬영지 선정 ~석양이 지는 곳을 찾아서~


기획이 시작되자 기무라 다이사쿠는 행동을 서둘렀다. 각본 단계에서 그는 이 작품의 영상 테마를 "바다에 잠기는 석양"으로 두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촬영지에 적합한 곳은 해안가였다. 기무라 다이사쿠는 그동안 개인적으로도 일본 전국의 해안선을 돌아다니며 어떤 자연 풍경이 어느 작품에 맞을지를 잘 알고 있는 희귀한 카메라맨이다. 그런 그가 이번 촬영 후보지로 선택한 곳은 토야마富山와 노토 반도能登半島를 중심으로 한 호쿠리쿠北陸 지방. 주인공 세 사람이 료코와 어린 시절을 보낸 "유키와리소우(설앵초)"를 노토 반도로 설정하면 현재 토야마에서 형사 생활을 하는 시카타는 료코가 있는 노토 반도를 향해 지는 석양을 보며 매일 살아가고 있는 셈이 된다.


후루하타 감독은 이 작품의 테마 중 하나로 "과거의 유토피아"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석양은 시카타의 어린 시절 유토피아의 상징이기도 하다. 기무라에게 있어 자연은 단순한 실경 묘사가 아니다. 거기에 등장인물의 심정을 포갬으로써 찍을 곳이 저절로 정해지는 것이다. 







PRODUCTION NOTES

02 토야마 현 촬영



토야마 현 촬영 · 야츠오八尾 지구 ~테스트 1회! 실전 1회! 실전에 들어간 기합~


촬영은 2016년 3월 중순, 토야마 현에서 시작됐다. 첫 촬영지는 "바람 축제(風の盆)"로 알려진 토야마 시 야츠오 지구. 양쪽으로 옛 성시(성 아래 번화가) 같이 오래된 집들이 늘어선 완만한 비탈길에서 시카타 등 형사들이 자신의 아이를 학대해 죽인 아버지를 잡는 장면을 촬영했다. 이날 기무라 다이사쿠는 하루 내 핸드헬드 카메라로 촬영했다. 요즘은 고정해 놓은 다중 카메라를 사용한 촬영이 많지만, 기무라 다이사쿠가 카메라맨으로 독립한 형사 액션 『야수 사냥 野獣狩り』(73년)은 전편 핸드헬드 카메라로 촬영했었다. 그 생동감 넘치는 영상으로 신예 카메라맨으로 주목받았었던 그가 이번에 핸드헬드 카메라를 사용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시카타의 형사로서의 일과 생활을 그린 토야마에서의 촬영 부분은 "다큐멘터리"로, 케이타나 료코가 등장하는 노토 반도 부분은 자연을 배경으로 하여 "시정"을 느낄 수 있는 영상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이곳에서는 현장으로 달려오는 시카타의 등장 장면부터 붙잡은 아이의 아버지에게 그가 분노에 휩싸여 덤벼드는 액션까지, 계속해서 움직이는 카메라 워크에는 생생한 현장감이 있었다. 후루하타 감독과 기무라 다이사쿠 콤비의 촬영 스타일은 테스트 1회, 실전 1회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진행 속도가 빠르다. 그들과 오랫동안 함께 했던 다카쿠라 켄은 한판 승부의 실전에 전력을 다하는 타입의 배우로, 그 순간을 잡기 위해 스태프는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배우의 퍼포먼스를 현장에서 기다리겠다는 자세가 갖추어진 팀이다. 그들의 작업을 전설로 들었던 오카다 준이치도 실전에 임하는 기합은 충분. 첫날부터 열띤 연기를 보였다.


야츠오에서의 촬영은 아침에 시작되어 오전 중에 끝이 났다. 그대로 토야마 시가지로 이동해 이번에는 토야마 중앙서의 옥상을 빌려 촬영을 이어갔다. 이곳에서는 최근 부부 사이와 부모 자식 관계가 잘 안 되어 고민 중인 시카타에게 키타미 토시유키가 분한 선배 형사 토요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건네는 장면이 촬영되었다. 하지만 기무라 다이사쿠의 카메라는 현장인 옥상에 없었다. 6층 건물인 토야마 중앙서의 옥상에 있는 오카다와 키타미를 카메라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정면에 있는 8층짜리 건물 옥상에서 800mm 망원 렌즈로 찍고 있었다. 이 망원 렌즈를 사용한 깊이 있는 영상도 기무라 카메라맨의 특징. 촬영 조수로 처음 이름을 올린 『隠し砦の三悪人』(58年)을 시작으로,『用心棒』(61年), 『どですかでん』(70年)등 쿠로사와 아키라 작품의 현장을 경험한 그는 쿠로사와 팀의 망원 렌즈를 사용한 촬영 기법을 이어받았다. 이렇게 하면 배우는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카메라를 향해 연기하게 되는데, 보통 배우는 자신이 어떤 사이즈로 어디까지 찍히는지 모르게 된다. 그래서 기무라는 무전으로 카메라 앵글을 설명하고 여기에 맞추어 감독이 배우의 움직임을 미묘하게 수정한다. 이때 기무라 카매라맨이 감탄한 것은 후루하타 감독이 있는 위치.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감독은 카메라가 찍는 화각의 바로 바깥 부분에 몸을 두고, 결코 앵글에 방해가 되지 않는 곳에 있다는 것이다. 후루하타 감독처럼 카메라가 찍는 사이즈를 감각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지금은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이런 곳에서도 베테랑인 두 사람의 신뢰 관계가 느껴진다.


토야마 현 촬영 · 히미氷見 · 코스기 어항小杉漁港 

~날씨를 읽고 갈매기를 기다린다. 추구하는 건 리얼리티~


토야마 시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히미 코스기 어항. 목조 주택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이 어항에서 에모토 타스쿠가 맡은 사토시의 첫 촬영. 도쿄에서 유리 가게를 운영하는 사토시는 자금융통에 어려움을 겪다 이곳으로 돈을 마련하러 왔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살해당한다. 촬영 현장에는 소형 순찰차를 포함해 경찰 차량이 4대, 그 외에도 형사들이 탄 차량이 있고, 더하여 소식을 듣고 달려온 언론이나 현지 구경꾼이 경계선 너머 넘쳐나는 상당히 대대적인 장면이다. 오카다를 비롯해 키타미 토시유키, 미우라 타카히로, 야스다 켄 등 형사 역의 배우가 한자리에 모여 에모토가 연기하는 사토시의 사체를 조사하는 장면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여기서 오카다는 살해당한 피해자가 옛 친구인 사토시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아 속이 나빠져 사체에서 조금 멀어지는 동작을 했다. 그런 그에게 키타미가 "괜찮은가?"라고 말을 거는데, 레일을 깔고 그들의 동작을 쫓던 카메라의 동선에서 오카다의 동작이 조금 벗어났다. 기무라 카메라맨은 거기에 맞춰 레일을 다시 깔겠다고 했지만, 그것을 즉시 알아차린 오카다가 자신의 움직임을 수정하겠다고 기무라에게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지 알고 있는 배우는 마츠다 유사쿠 씨 이후 처음이네."라고 기무라 다이사쿠는 오카다의 반응 속도를 극찬했다.


그날 기무라 다이사쿠가 고집한 것은 바다로 카메라를 향했을 때 찍히는 배경의 갈매기였다. 이곳을 사전 조사로 방문했을 때부터 그는 갈매기를 배경에 넣고자 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솔개도 많이 날아다니고 있어 천적인 솔개가 있으면 갈매기가 찾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곳에 과자를 뿌려 솔개를 유인해 내고 갈매기만 의도한 장소에 남기는 작전. 이것은 『北のカナリアたち』(12年)에서 성공한 방법이었지만 이번에는 쉽게 되지 않았다. 과자를 뿌리면 솔개뿐만 아니라 갈매기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국 좋은 위치에 갈매기가 올 때까지 기다리게 됐다. 오카다와 에모토는 이 "갈매기 기다리기"에 시간을 들이는 현장 상황을 매우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이런 기무라 다이사쿠의 영상에 대한 고집을 보는 것이야 말로 전설을 체감하는 일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날 촬영에서 혀를 내두른 것은 기무라 카메라맨의 시간 계산이었다. 대규모 보조 출연자들에게 위치 지시를 내리고 갈매기를 기다리며 꽤 시간이 흘렀다고 느꼈지만, 촬영은 오후 2시 전에 끝났다. 이날 날씨도 아침에는 맑겠지만 오후부터 흐릴 것이라는 예보. 하지만 기무라 카메라맨은 "흐린 게 아니라 비가 올 거야."라고 말했다. 비가 내리기 전에 촬영을 끝내버리자고 했지만, 실제 이날 모든 장면의 촬영이 끝나고 철수 작업을 시작한 순간,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멋진 날씨 변화 읽기. 이 또한 오랫동안 자연을 상대로 가혹한 촬영을 해 온 그만의 시간 계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토야마 현 촬영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는 나가사와 마사미의 안녕~


무대는 토야마 시내로 이동, 시카타와 현재 별거하고 있는 아내 미나코와의 장면을 촬영. 두 사람은 미나코가 아이를 유산하고부터 관계가 삐걱거리게 되고 어딘지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혼자 생활하기 시작한 미나코가 보육사로 일하고 있는 직장에 시카타가 찾아오는 장면부터 촬영이 시작됐다. 이것이 첫 촬영이었던 미나코 역의 나가사와 마사미는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실제로 열두 명의 아이들과 뛰어놀며 어린이집 속에서 표정이 자연스럽게 풀려갔다. 거기에 시카타가 찾아와 두 사람은 어린이집이 있는 건물 옥상으로 이동했다. 옥상에서 두 사람은 근황을 이야기하지만 어딘지 대화가 맞지 않고 시카타는 일을 하러 돌아간다는 흐름이다. 타테야마 연봉立山連峰을 배경으로 두 사람의 대화 부분은 나란히 서서 말하는 그들의 상반신을 근접 카메라로 찍고, 떠나가는 오카다를 나가사와가 옥상에서 배웅하는 것은 이 건물의 옥상 전체를 볼 수 있는 옆 건물의 옥상에서 촬영했다. 여기서 나가사와는 떠나가는 오카다에게 가슴 정도 높이에서 손을 들며 작게 안녕을 고한다. 이것은 후루하타 감독의 연출로, 감독에 의하면 시카타에 대한 미나코의 "당신은 자유에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한다. 이제 자기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외로움과 미련이 남아있는 미나코의 안타까움이 이 작은 안녕이라는 몸짓에서 느껴진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인물의 심정을 이야기하는, 후루하타 감독의 적확한 연출이 거기 있었다.



토야마 현 촬영 ~병원 복도를 다른 공간으로 바꾸는 마술~


토야마 시의 적십자 병원에서는 릴리가 연기하는 시카타의 모친 키요미가 구급차로 실려와 걱정된 시카타와 미나코가 병세를 살피러 온 장면을 촬영. 이곳은 기무라 다이사쿠 감독작 『春を背負って』(14年)에서도 촬영에 사용한 병원으로, 그는 "같은 장소에서 촬영하는 거니까 이번에는 다른 영상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키요미의 병실 밖에 있는 긴 복도에서의 시카타와 미나코의 연기가 메인이 되는데, 이 복도에는 곳곳에 옆에서 비스듬히 비치는 빛이 비춰들고, 그 맨 끝 벽에는 그림 액자가 걸려있다. 그것들은 전부 영화를 위한 무대 만들기로, 복도는 병실의 출입문 이외에 빛과 그림만이 떠오르는 신비한 공간이 되어있었다. 복도의 제일 앞에는 시카타와 미나코가 이야기를 나누는 휴게실 공간이 만들어져 있고, 복도는 그 배경이 된다. 우선 연기 리허설이 있었는데, 그것이 끝나자 스태프는 검은 비닐 시트를 들고 나타났다. 기무라 카메라맨은 그 시트를 복도 전체에 깔라고 지시. 그런데 이 시트는 얇고 표면이 반질반질 했다. 바닥에 조심히 붙이지 않으면 주름이 지거나 어딘가로 공기가 들어가 부풀어 버리거나 하여 작업이 좀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스태프 중 한 사람이 대걸레를 빌려와 전체를 문질러가면서 조금씩 붙이는 작업을 해나갔다. 하지만 복도 끝까지 100m 가까이 되므로 결국 시트를 붙이는 작업에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준비를 마치고 조명을 세팅하자 검은 시트에 빛이 반사되어 복도 전체가 어딘가 다른 공간으로 보였다.


이 시트를 붙인 이유를 나중에 기무라 카메라맨에게 물었더니, "우선 평상시의 병원과는 다른 분위기를 내고 싶었어. 빛이 몇인가 여기저기서 들어와 가장 안쪽 액자의 그림이 떠오르겠지. 그건 렘브란트의 그림처럼 빛이 비쳐드는 걸 이미지화 한 거야. 그리고 또 하나 이 장면에서는 병실 문이 전부 닫혀 있지? 그래서 밤인지 해 질 무렵인지 알 수 없어. 실제로는 병문안을 올 시간이니까 해 질 무렵의 저녁 풍경이겠지만, 여기는 시간이 느껴지지 않는 느낌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 라고 말했다. 시간과 공간을 실제 병원 상황과 떼어냄으로써, 여기에서는 시카타와 미나코의 존재감이 부각, 키요미의 병세를 걱정하면서 부부가 본심으로 서로의 마음을 조용히 나눌 수 있게 된 모습이 보다 인상 깊은 장면이 되었다. 토야마 부분은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다고 말했던 기무라 다이사쿠지만, 장면에 따라서는 영화적인 효과를 생각해 철저하게 화면을 만들어가는 것에서 독특한 영상 감각을 느끼게 한다. 언제나 일이 빠른 스태프지만 이날은 드물게 밤까지 촬영이 이어졌다. 그렇지만 "영화를 만드는 건 의지를 관철하는 거야."라고 말하며 시트 부착에 악전고투하는 스태프를 격려해가면서 자신이 찍고 싶은 영상을 추구하는 기무라 카메라맨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PRODUCTION NOTES 03 이시카와 현 · 도쿄 촬영



이시카와 현石川県 · 와지마 輪島 촬영 ~대사 만들기를 맡게 된 오카다와 오구리~


3월 하순에 들어 촬영지를 노토 반도로 이동. 와지마 시를 기점으로 케이타와 료코의 장면을 촬영했다.

노토 부분부터 합류한 케이타 역의 오구리 슌은 와지마에 도착한 그 날, 기무라 다이사쿠, 오카다 준이치와 함께 식사를 하며 기무라에게 후루하타 감독으로부터의 전언을 듣는다. 영화 속에는 중요한 포인트에서 세 번, 시카타와 케이타가 대화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후루하타 감독은 그 부분의 대사를 두 사람이 말하기 쉽게 바꿔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오카다도 오구리도 여기에 놀란듯했지만, 촬영 중에 대사 만드는 것을 끝냈다. 이 이틀 후 촬영된 케이타가 경영하는 타도코로 흥업 사무실 밖에서 사토시를 살해한 용의자로 의심받는 케이타를 시카타가 찾아가 추궁하는 장면은 각본과 대사가 달랐다. 케이타를 추궁하며 감정적으로 되어가는 직설적인 시카타와 그런 그의 말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어딘가 어른스러운 케이타라는 두 사람의 캐릭터가 드러나는 장면이 되었다. 오카다와 오구리 두 사람은 베이스가 되는 각본의 어느 대사가 감정적인가를 연구하고, 거기에 대해 상대가 어떻게 말할지 반응을 창조해가며 대화를 만들어갔다고 했다. "우린 좀 더 빨리 만났어야 했어."라는 시카타의 대사는 각본에 존재하지 않았었다. 이 대사를 더함으로써 25년간 만나지 못했던 시카타와 케이타의 관계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자고 두 사람은 생각한 것이었다.


또 오카다와 오구리는 촬영이 끝나면 매일 기무라 다이사쿠와 함께 식사를 하며 기무라가 후루하타 감독과 어떻게 다카쿠라 켄의 영화를 만들어왔는지 전설을 들었다. 그 자리에서 오카다는 다카쿠라 켄이 종종 본 촬영에서 대사를 대본과 다르게 줄여 말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카다 자신도 현장에서 기무라 다이사쿠의 영상이 거기 있는 인물의 감정을 대변해준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기무라의 영상을 배경으로 연기할 때는 모든 것을 대사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영상과 하나가 되어 전해지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그는 기무라의 영상이 보완해 주는 감정을 이미지로 하고, 그 외의 시카타와 케이타의 마음을 잘라 넣은 대사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생각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다카쿠라 켄과 같은 방식을, 그는 이 대사 만들기에서 자신에게 부과한 것이다. 그런 오카다와 오구리가 어떤 대사를 창조해냈을까. 그건 작품을 보며 확인하면 좋겠다.



도쿄 촬영 ~필름 촬영을 경험한 오카다 준이치~


기무라 다이사쿠는 한 장면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돌리는 다중 카메라 촬영을 좋아한다. 다중 카메라로 한번에 다방면의 앵글을 촬영하기 때문에 배우가 같은 연기를 몇 번씩 할 필요 없이 끝난다. 그것이 또 최고의 긴장감(텐션)으로 연기를 했던 다카쿠라 켄의 움직임이나 표정을 한판 승부로 전부 찍기 위한 최적의 촬영법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현장에는 기본적으로 2~3대의 카메라가 항상 돌고 있었고, 가끔 촬영 조수 이외의 사람이 카메라를 돌릴 때가 있었다. 예를 들면 3대의 카메라를 돌릴 때, C카메라는 미술 감독인 하라다 미츠오가 담당했다. 그는 『北のカナリアたち』때부터 기무라 다이사쿠에게 C카메라를 맡아 이 작품에서 멋지게 카메라맨의 모습을 선보였다. 기무라는 "하라다는 요즘 굉장히 잘한다니까. 카메라를 돌린다는 건 담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야. 나 자신이 처음에 그랬으니까." 또 하라다에게 맡기는 건 "영화를 만든다는 건 말이지, 미술 담당은 미술만 하면 되는 게 아니야. 직접 카메라를 들여다봄으로써 미술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알게 돼. 그래서 미술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거든. 그건 하라다 본인도 그렇게 말하고 있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또 이 영화에서는 주연 오카다 준이치가 카메라맨으로 촬영을 경험했다. "오카다 준이치 군은 언젠가 감독을 하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찍히는지를 굉장히 연구하고 있어. 그런 사람이니까 첫 촬영쯤 오카다 군이 카메라를 공부하고 싶다고 스태프 누군가에게 말했다는 걸 듣고, 그렇다면 찍게 해보자 싶어 시켜본 거지." 그런 오카다가 카메라를 담당한 촬영 당일. 촬영지는 도쿄 내 모처. 이야기의 중요한 포인트라서 어떤 장면인지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이 촬영에는 형사 역인 미우라 타카히로와 야스다 켄도 참가. 미우라가 어떤 인물을 데리고 걸어오는 장면을 오카다는 길을 사이에 둔 맞은 편에서 천천히 카메라를 옆으로 이동 촬영하며 바라보았다. 역시 긴장한 듯 파인더를 들여다보던 그는 "큰일이네, 괜찮으려나."라고 말하며 기무라에게 화면 사이즈를 확인하러 갔다. 첫 번째 촬영이 끝나고 기무라가 다가와 "좀 더 부드럽게 이동시키는 게 좋겠어."라고 조언. 두 번째 촬영에서는 오카다 본인이 스스로 "OK"를 냈다. 긴장 속에 촬영이 끝나고 오카다는 기무라가 있는 곳으로 가서 "평소와는 다른 시점이 되네요. 두 번째쯤부턴 익숙해졌습니다.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라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때 오카다 준이치가 촬영한 영상은 영화 속에 사용되었으니, 어디인지 상상하며 보셨으면 좋겠다.



도쿄 촬영 ~360도로 포착한 수사 회의~


다중 카메라에 의한 촬영에서 가장 볼거리가 된 것이 수사 회의 장면이다. 후루하타 감독 작품에는 형사도 적지만, 그 이유는 수사 회의 장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 회의 장면은 보는 사람에게 사건 상황을 이해시키는 데 좋아서 아무래도 뺄 수 없지만, 거기서 나누는 대화는 시종일관 설명이 되어버려 재미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에는 기무라 카메라맨에게 "수사 회의 부분은 뭔가 다른 걸 해주세요."라는 주문을 했다. 그래서 기무라 다이사쿠가 생각해 낸 것은 6대의 카메라를 사용해 360도 전방에서 수사 회의를 포착, 한번에 찍어버리겠다는 촬영 계획. 이렇게 인물을 360도 전방에서 찍는 촬영은 『春を背負って』의 산장 장면에서 기무라가 시도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등장인물이 몇 명뿐이었고, 이번에는 회의에 참석하는 형사들, 약 30여 명을 찍어야만 했다. 그래서 인물 배치를 궁리했다. 보통 형사 드라마에서는 경찰 윗선을 제일 안쪽에 놓고, 그들과 정면으로 마주하듯 놓인 테이블에 형사들이 앉아 수사 상황을 설명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안쪽에 현경 윗선을 놓는 건 그대로지만, 형사들이 그들과 마주 앉지 않고 ㄷ자로 에워싸듯이 책상을 배치했다. 다만 이것은 촬영지 사전 조사로 토야마 현 경찰의 수사 회의 모습을 견학갔을 때, 역시 이와 같은 책상 배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적인 배치라고 할 수 있다. 촬영은 토호 스튜디오 안에 있는 건물의 1층 홀을 회의실로 꾸며 진행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안쪽에는 야지마 켄이치 등 현경 고위층이 앉아있는 테이블, 그 오른쪽에 오카다나 키타미 토시유키, 미우라 타카히로, 야스다 켄 등 사건 담당 형사들이 있는 테이블이 있다. 맞은 편 왼쪽에도 타카하시 츠토무 등 다른 형사들의 테이블이 있고, 좌우를 막듯이 앞쪽에 또 하나의 테이블이 있지만, 여기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다. 카메라는 우선 앞쪽 테이블 뒤에 레일을 깔고 좌우로 이동할 수 있는 카메라를 놓고, 이것은 정면에 있는 현경 고위층 인물들과 일어서서 설명하는 형사를 주로 찍었다. 그 레일 뒤에는 조사 자료 등이 올려져 있는 선반이 벽 한쪽에 설치되어 있다. 이 선반 뒤쪽을 네모나게 잘라내고 그 구멍에 몰래카메라처럼 렌즈를 넣어 오른쪽에 있는 오카다의 옆모습을 정점으로 포착하도록 카메라를 설치. 레일의 왼쪽과 오른쪽에 1대씩 카메라를 두어 오른쪽과 왼쪽 테이블의 형사들을 찍고, 안쪽에는 야지마 등의 옆모습을 찍는 카메라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 1대는 꽤 떨어진 곳에서 오카다의 정면을 찍을 수 있는 위치에 설치했다.


다음으로 약 30여 명의 배우, 보조 출연자를 현장에 투입, 기무라 다이사쿠의 복장과 신장 확인이 시작됐다. 인물이 어떻게 비치는지를 확인하는 것까지가 기무라 다이사쿠의 일. 연기 리허설이 시작되자 이번에는 후루하타 감독이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기운이 없어. 수사 상황을 설명하는 형사들은 자기를 선전하듯 기세를 넣어주세요."라며 각각의 개성을 설명 속에 넣었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촬영 준비는 꽤 오래 이어져 수사 회의 연기의 움직임과 대사 속도를 정하는 것이 끝나자 오후 1시가 다 되었다. 그때부터 본 촬영은 한번으로 끝나 오후 2시에는 모든 촬영이 끝났다. 준비에 시간을 들이고 본 촬영에는 최고의 퍼포먼스가 실현될 수 있다면 카메라 대수의 많음은 문제가 아니었다. 완성된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이것이 한번에 찍었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다양한 편집이 이루어진 훌륭한 장면이 되었다. 기무라 카메라맨의 훌륭한 촬영기법과 후루하타 감독의 단적이면서 인물의 특징을 나타낸 연출의 묘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추억 공식홈페이지> http://tsuioku.jp/ab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