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명찰 제 2장 산법승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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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미는 사카이의 일을 묻는 이노우에에게 사카이가 산법(算法)에 흥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노우에의 눈 밖에 날 수 없는 노릇이고, 사카이의 의중은 모르겠고 이런 가운데 괜히 자기 때문에 야스이(安井)가에 누가 되는 일이 생길까 걱정인 하루미.

이런 고민을 하며 성을 나서는데 다시 나타난 도사쿠가 두다 말았던 바둑을 계속하자며 하루미를 따라온다. 이노우에와 사카이의 일로 머리가 복잡한 하루미는 '미안하네 도사쿠, 중요한 일이 있어. 다음에 하지' 라고 거짓말을 꾸며 가 버리고, 거기에 도사쿠는 '주판 따윈 버리세요! 당신은 바둑돌을 잡아야 합니다! 2대 야스이 산테츠가 당신의 이름입니다!' 하고 외치지만 모른 척한다.


성에서 나온 하루미는 무의식적으로 천수각(天守閣)을 찾는다. 하루미가 11세에 처음 본 천수각은 메이레키 3년(1657) 에도 대화재로 불에 타 사라졌다. 화재로부터 반년 후 에도에 올라온 하루미에게는 천수각이 홀연 자취를 감춘 것 같았다. 이 화재는 에도 사회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런 부흥이 하루미의 눈에는 에도가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루미가 태어난 세대는 전쟁 전, 중도 아닌 완성된 막부로, 에도라는 거대한 거리가 하루미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화재 이후의 부흥은 충격과 함께 어떤 의미로 감동이었다. 하루미가 그때 느낀 것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커다란 '변화'라 부를 만한 것이 형태를 갖춘 것이었다.

(시대가 바뀌었음을 이야기)


집(번저: 지방 영주가 에도에 두었던 저택)에 도착한 하루미. 정원 한쪽엔 해시계가 있다. 당시 해시계는 역술(曆術)이 아닌 종교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일식 등의 움직임이 신의 뜻을 담고 있다고 믿으며 신의 뜻을 아는 데 필요한 것이었다. 하루미가 해시계를 가진 것은 산술 취미의 관점에서 별의 진행을 측정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 하지만 이렇게 정원에 해시계를 설치할 수 있게 허락받은 것은 전적으로 신의 뜻을 아는 데 사용하기 위해. 기 때문에 가끔 산술이나 역술 등을 하나도 모르는 하급 무사가 고맙게도 하루미의 해시계 앞에서 합장하기도 했다. 다시 한 번 신에게 죄송할 일이다(처음엔 경내에서 마구 달려 다닌 것ㅋㅋ)

해시계 앞에 서 있는 아이즈 무사. 안도.
하루미 보다 연상이지만 하루미에게 예를 깍듯하게 갖추며,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하루미를 '시부카와 님'이라고 불러준다. 아이즈 번 굴지의 산술가, 재정담당이며 자유로운 외출이 가능한 무사. 하루미에게 미야마스자카(宮益坂)에 있는 金王八幡의 산액을 알려준 것도 안도 씨였다.


안도가 하루미에게 목례를 하자, 하루미도 목례로 답하고 싱긋 웃으며

"저를 대신해 그림자를 재고 있으셨습니까?"

"잠시 그대로"

마치 주문이라도 걸린 듯 그대로 움직임을 멈춘 하루미의 곁으로 안도가 다가왔다. 슥- 손을 뻗어 기운차게 하루미의 칼을 바로잡아 옷 매무시를 고쳐 놓았다. 그리고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 하루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안도가 고쳐준 덕분에 칼을 제대로 찰 수 있게 된 하루미.

고맙다고 말하자 자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아이즈 사투리를 안 쓰고 어색하게 에도 말을 하는 안도 씨. 원래 칼이 잘못된 걸 남이 바로잡아주는 건 무사에게 창피한 일이지만, 칼을 다뤄본 적 없는 하루미가 불쌍해 그냥 볼 수 없어 고쳐주고는 모른 척.


안도 씨에게 오늘 아침 산액신사에서 깜짝 놀랐던 일을 이야기하는 하루미. 누군가 아주 짧은 시간에 7문제 정도의 답을 적어 놓았으며, 아마 다 정답일 거라는 것을 자기가 풀던 문제를 그려가며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칼을 잊어버리고 다시 돌아갔던 일은 살짝 생략하고 말을 전했다.


그런 사람이라면 안도도 꼭 만나보고 싶었지만, 다른 번과의 교류는 원칙적으로 금지, 무단으로 타 번에 가서는 안 됨, 타 번 무사와의 교류는 반드시 관리자가 함께한 후에 가능. 그 무사의 직분도 모르는 상태에서 안도가 움직이기는 어려웠다. 안도의 이런 묵언의 소원을 들은 하루미.
 
"내가 그자와 친해져 기회를 봐 초대할게요. 나는 누구와도 만날 수 있으니까. 물론 안도 씨도"

성실함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뼈있는 미소였다.

"황공하옵니다"

안도는 연하의 하루미에게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그렇다 치더라도, 그 정도나 되는 산술의 달인을 만나려면, 문제의 식을 세워 놓고 나서 묻는 것이 맞겠지요."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 아니고 말입니까?"

"가르침을 청하기 위해서입니다. 자기 나름대로 식을 세워 두면, 가르치는 쪽에서도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를 지적하기 쉬워집니다. 지적당하는 것을 무서워하고, 아무것도 듣지 않으려는 태도가 오히려 상대를 화나게 하는 것이지요."
 
참으로 성실한 말이었다.

 
안도의 말을 듣고 피곤했던 하루미의 가슴에 갑자기 불이 붙었다. 사카이와 이노우에의 일도 잊었다. 미안하지만 도사쿠와의 바둑 대결에 대한 마음도 멀리 가 버렸다.

그날 자기 방에 돌아온 하루미는 우선 안도가 다시 잡아 주었던 칼과 띠를 매는 방법을 확실히 연습했다. 그것이 무엇보다 친절한 안도에 대한 암묵의 예의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후에는 경내에서 써 온 문제의 답을 구하는 데 몰두했다. 밥 먹을 때도 문제 생각에 생선의 작은 뼈를 늘어놓고 구고현(삼각형)을 만들고 말았다. 봤더니 안도 씨 역시 젓가락을 삼각형이나 원형으로 움직이고 있어 조금 기뻤다.


목욕은 저택에서 할 수 있었다. ... 하지만 하루미가 그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다른 무사들의 따뜻한 물을 빼앗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면 왜 목욕탕 이야기를 이렇게 적어 놓은 건가요.. 하루미 목욕시켜야지.. 물속에서 첨벙첨벙 유레카! 외치며 뛰어나오게 해야지....하루미 이 더러미..그렇게 뛰고 구르고 한다며..왜 사양해...목욕해야지...)


그날 밤, 하루미는 신사의 땅바닥에 주저앉아 풀려다 풀 수 없었던 문제뿐만 아니라, 남아 있던 여섯 문제 전부 식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하루미의 산술 실력도 상당할 뿐 아니라, 하루미가 외우고 있는 술식의 양을 보면 그 대단한 안도가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하지만 하루미의 마음은 기쁨과 거리가 멀었다. 그저 놀라운 감탄뿐이었다. 7문제 전부 정답. 한눈에 답을 낸 무사가 적어 놓은 답이 그랬다. 하루미가 생각한 대로 전부 '明察'이었던 것이다. 만나고 싶다. 마음 속으로 그 무사의 모습을 여러 가지로 그려보았다. 그러면 그럴수록 무사의 모습은 애매해져 갔다. 하지만 그 존재감만은 점점 더 커졌다.

내일 또 그 신사에 가서, 에도에 있는 모든 산술가를 찾아다녀서라도 이 무사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어떻게 해서든 찾아가 보자. 하지만 일은 그렇게 간단히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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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쓰니까 길어진다^^; 읽고 나서 쓰면 다 잊어버려서 정리가 안 되고.. 읽으면서 쓰면 이것저것 다 쓰니까 정리가 안 되고.. 에이 모르겠다ㅎㅎ

그런데 적어 놓은 걸 다시 읽어보니 뭔가 내용들이 좀 빠진 것 같은데ㅋ_ㅋ
아... 깝깝해ㅠ
 

그저... 수박 겉을 핥아도 맛이 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