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 세키를 찾아다니다 무라세(사토 류타)를 만남



천지명찰 제 2장 산법승부 2





나흘 후, 하루미는 녹초가 되어 아자부에 있었다. 바보 같은 헛손질의 연속이었다. 

하루미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은 새벽에 일어나 자택을 나가서부터 성에 들어가기 전까지였다. 성에서 나온 후 외출했다가 폐문 시간까지 돌아오지 못하면, 다른 번에서는 몰라도 아이즈 번에서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었다. 그러면 찬바람이 부는 골목에 하룻 밤 그대로 방치해 둔다. 그게 너무 무서워 성문을 벗어나 멀리까지 간다는 건 불가능했다. 하루미는 여러 가지로 정해진 시간 안에서 그 무사를 찾아다니느라 분주했다.


첫날, 우선 콘노하치만(金王八幡)을 다시 찾아가 봤지만, 그때 하루미를 혼냈던 빗자루를 든 여자를 만날 수 없었다. 신관에게 물으니 그녀는 무가의 여식으로, 여름과 가을에 예의범절을 익히기 위해(行儀見習) 3일에 한 번 정도 신사에 오지만, 겨울이 돼 날이 짧아졌기 때문에 당분간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사에서 예의범절을 익히다니 이상한 일이었으나, 하루미는 '세키(関)'라는 무사의 일로 머릿속이 가득 차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 1장에 나오는 장면인데, 하루미가 신사에 가서 산액을 보고 신이 나 그 자리에 주저앉아 정신없이 문제를 풀다가 어떤 여자에게 혼이 납니다. 하루미가 떠난 후, 세키라는 사람이 문제를 풀 때 이 여자가 그 자리에 있었을 테니 세키에 대한 뭔가 단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녀의 행방을 묻는 듯. 아마도;)


신관은 아무것도 몰랐지만 센다가야(千駄ヶ谷)의 하치만구(八幡宮)나, 메구로(目黑)에도 산술가들이 영험을 기원하는 산액을 봉납하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다음 날 아침, 졸린 머리를 흔들며 우선 메구로로 향했다. 신사는 전답뿐인 시골에 있었다. 실마리를 얻을 순 없었지만, 이소무라(磯村吉德, 산술가)
 학당(塾)의 사람들이 헌납한 산액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기뻤다.


사흘째, 센다가야의 하치만구에 갔다. 역시 별다른 단서가 없었다. 덕분에 가마비만 잔뜩 들고, 해야 할 일이 쌓여 갔다. 매일 늦게까지 기보(棋譜)와 격투를 벌여, 상람기사(上覽碁, 쇼군 앞에서 바둑을 두는 사람)
의 사전 회의를 어떻게든 맞출 수 있었던 건 다행이었지만, 몇 번이나 도사쿠에게 붙들렸다. 산더미 같은 변명을 해 가며 대국을 계속 피해 다녔지만 결국은 그 대신 교토에서 열리는 바둑모임(碁會)에 나가기로 약속을 하고 말았다. 혼인보가의 바둑모임에 야스이가의 사람이 얼굴을 내밀려면 그에 상응하는 예를 갖추거나 선물이 필요할 것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右辺星下의 첫수를 보여버린 것에 이어, 형 산테치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또 하나 늘어났다.

(※ 1장에서 도사쿠와의 바둑 시합 중 아버지의 비기? 인 右辺星下를 첫수로 보여버린 하루미. 관련 설명은 1장에 나오는데........꼬르륵....)


나흘째에는 저녁에 있는 바둑모임에만 가면 됐기 때문에 오랜만에 시간이 비었다. 하루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섰다. 그리고 별 기대 없이 아자부로 향했다. 콘노하치만의 신관에게 이소무라가 연 학당 중 하나가 그곳에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이소무라의 제자 중 한 명인, 전에 그 산액의 출제자 무라세 요시아스(村瀬義益)가 있는 학당이었다. 

젠푸쿠지(善福寺) 근처부터는 가마에서 내려 걸어 다니며 학당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4년 전 대화재 후 급격히 변한 거리는 주민들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정표로 가르쳐주었던 다이묘 저택들이 모두 이동해 버려 당장 길을 헤맸다. 하루미는 칼의 무게와 수면부족으로 비틀거리며 계속 학당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드디어 다리 위에서 건어물을 파는 아낙들로부터 학당의 정확한 위치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대신 어쩐지 별로 맛있어 보이지 않는 건어물을 8마리나 샀다. 그 꾸러미를 오른손에 들고, 왼손으로는 허리에 찬 칼을 받치며 휘청거리고 걷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아침부터 술에 취한 것처럼 보였다. 배가 고파 소바라도 먹을까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곧바로 그 학당을 향해갔다. 이윽고 도착한 그곳에서 하루미는 배고픔도 완전히 잊었다.


롯폰기에 가깝고, 대문부터 검소한 무가의 집이었지만 그렇게 가난한 가문은 아닌 듯 부지가 꽤 넓었다. 건어물을 팔던 아낙들에 의하면 주인은 노령의 고부신(小普請)인 듯했다. 에도 성의 한직으로, 산술을 무척 좋아해 자기가 이소무라에게 저택 일부를 내주며 학당을 열도록 청했던 것이다.

문이 열려 있어 들어가 보았다. 보통 산술이나 검술을 배우는 학당이나 도장 같은 곳은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하고, 여차하면 하룻밤 묵어갈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정원에 들어서니 나가야(長屋, 에도시대 공동주택)를 개축한듯한 도장 풍의 건물이 있고, 그 입구에 '이소무라문하학당입구(磯村吉德文下塾立入)'라는 간판이 있었다.

생각했던 대로 자유롭게 드나들어도 되는 듯 문은 열려 있었지만,

"실례합니다. 저.. 실례하겠습니다 (ごめんください。 あのう ごめんください)"  

일단은 불러 보았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한 걸음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벽 한 면이 난문의 응수였다. 종이에 문제를 적어 벽에 붙여 놓으면, 그것을 산액에마와 같이 다른 사람이 해답을 적었다. 거기에 또 다른 사람이 쪽지에 답을 적어 위에 붙여 놓거나 하는 것이 에마와는 달리 예의에 어긋나 보였지만, 열기만은 이쪽이 위였다. 그 속에서 무라세 요시아스의 이름이 적힌 문제에 7,8개의 답이 붙어 있었는데 전부 '오답'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 8번째였는지 9번째였는지 잘 모르겠는 답에서 그를 찾았다. '세키'라는 이름과 다른 오답들에 비해 간결하게 적혀있는 단적인 답. 그리고 '명찰' 그 두 글자.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두근거렸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꾸러미와 칼을 현관 앞에 둔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아 문제와 답을 베껴 썼다. 그러고 나서 바닥에 산반을 펼쳐 놓고 세키라는 무사가 깔끔하게 적어 놓은 답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를 해독하기 시작했다.

배가 꼬르륵거리는 것도, 그림자가 지나간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쿵쿵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듯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로 꾸지람이쏟아져, 여기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여자가 있었다. 무척 예쁜 여자라 조금 넋을 놓고 보았다. 보고 있자니 그때 콘노하치만에서 만났던 여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전과 같이 빗자루를 들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빗자루를 양손으로 잡고 있는 것이 어쩐지 도둑이라도 쫓아낼 것 같은 자세라고 생각하며

"여길 어찌? 나를 쫓아 온 것이오?"  놀라 그렇게 물었다.

의표를 찔린듯한 얼굴이 곧 경계심을 드러내며 화를 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여기서 뭘 하고 계십니까? 여기까지 세키 씨를 따라온 건가요?"

이번에도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꾸지람을 듣다가 순간적으로 한쪽 무릎을 세웠다.

"세키 씨? 혹시 그 무사를 알고 계십니까?" 여자의 말투에서 알아차린 하루미였다.

"몰라요" 여자가 딱 잘라 대답하는데, "가끔 오는 정도지, 문하생은 아니오"  
모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무라세 씨"
"뭐, 엔(미야자키 아오이 역), 괜찮아"

여자가 휘둘려던 빗자루를 가볍게 뺏으며 키가 큰 남자가 얼굴을 드러냈다. 한쪽 손은 소매에 넣지 않고 품에 넣어 빈 소매가 축 늘어져 있다. 성에서는 본 적 없는 모습으로,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그 자리에서 처분이 내려질 것이다. 상투나 띠도 돈을 들인 것 같진 않았지만, 제대로 유행을 잡고 있는 듯 단정하지 못한 인상은 아니었다. 오히려 세련된 사람이었다.

"무라세 씨... 혹시 무라세 요시아스 님이십니까?" 좀 더 학승 같은 풍모를 상상하고 있던 하루미는 당황했다.

"틀림없이 그렇소. 그러면 당신이 에마 앞에 주저앉아 엔에게 꾸지람을 들었던 무사인가?"

"아니..." 무사는 아닙니다, 라고 대답하려는데,

"당연히 그렇죠" 여자가 가로막았다.

"나는..."

"보시는 대로 수상한 사람이에요"

"자자, 그래서, 여기서도 바닥에 앉아 공부를 한다는 건, 무슨 취미인가?"

"서 있으면 산반을 펼칠 수 없으니까요"

하루미는 새삼 앉은 자세를 바로잡으며 접혀있던 종이를 펼쳤다. 요 며칠 품에 넣고 다닌 탓에 꽤 구깃구깃 해 졌지만 성심성의를 다해 상대에게 내보였다.

"대체 뭔가 이게?"  무라세가 털썩 주저앉으며 하루미가 내보인 종이를 받았다.

종이를 보고 재미있다는 듯 미소 짓는 무라세에게 하루미가 허리를 곧게 세우며 말했다.

"식, 말하길. 우선 구고를....(* 무라세가 출제한 문제에 대한 술식을 줄줄-_-a)"

"....응?" 여자는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무라세가 방긋 웃으며 뒤를 이었다.

"이것으로 合問(정답)...이군. 답하길 7분의 30촌. 명찰이었어"

구깃구깃한 종이를 원래대로 정리하며,

"내가 헌납한 에마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꽤 풀지 않았나? 그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가?"

"모쪼록 봐 주십시오, 전부 푸는데 하루가 꼬박 걸렸습니다."

"나는 그 한 문제 만드는 데 6일이 걸렸다네. 그런데.. 자네 이름은?"

"아버지로부터 야스이 산테츠라는 이름을 물려받았습니다만, 일할 때 외에는 시부카와 하루미라는 이름을 씁니다."

"야스이...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바둑기사로 성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바둑?"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뜬 건 여자 쪽이고, 무라세는 주저앉은 채 무릎을 치며

"그거다, 여섯 번의 승부(六番勝負)"

(※ 1장에 나오는 내용인데..☞☜
하루미의 의형인 야스이 산테치와 도사쿠의 사부의 사부인 혼인보 산에츠가 행한 진검승부로, 바둑기사들의 두령 자리를 놓고 쇼군의 앞에서 펼친 여섯 번의 승부를 말한다. '바둑전쟁'이라 불리며 성 안에서도 꽤 화제가 되었다. 쇼군 앞에서 펼친 승부가 8년에 걸쳐 계속되었는데, 결과는 3승 3패로 무승부. 자리는 공석인 채, 산에츠가 죽은 후 도에츠가 혼인보를 이었다. 지금은 야스이 산테치가 그 자리에 가장 가깝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도에츠가 '바둑전쟁'을 제안하며 다시 한번 뜨거운 승부가 행해질 것이라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도사쿠가 하루미에게 대국을 하자고 하는 건 사부들의 승부는 곧 자신들의 승부라며 지금부터 실력을 쌓아 대비하자는 것이었다)
 

"아닙니다, 그건 형님이신 산테치라는 분이.."

"음. 그 야스이가라. 자네 젊구만. 바둑이란 건 산술도 해야 하는 건가? 야스이 씨?"

"아니요, 주로 저뿐입니다만... 저... 부디 시부카와라고 불러주십시오"

"음, 자 그럼 시부카와 씨, 저쪽에 있는 칼 옆에 있는 건 뭔가?" 라며 현관 앞에 하루미가 두었던 꾸러미를 가리켰다.

"저건... 건어물입니다. 여기 오던 길에 샀어요. 망둥이랬나..."

"흐음.. 망둥이.." 무라세가 여자를 바라보았다.

"자, 엔, 밥 먹자"



 
----------

책을 그대로 옮긴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고 마구 섞여 있어요.. 헤헤헤....
2-2에는 1장 내용이 가끔 나와서 1장 참고! 라고 하려고 보니 안 적어 놓은 부분이라;;
짧게 1장 내용을 써 두었습니다. 
六番勝負만 내용이 좀 길어졌네요^^;;

무라세 역은 아시다시피 마스타! 사토 류타 씨, 만날 때 마다 하루미를 꾸짖는 아름다운 아가씨 엔 역은 미야자키 아오이 씨! 아는 얼굴들이라 상상해보기 좋네요ㅋㅋㅋ
전에 천지명찰 트위터에서 보여준 건어물 사진은 이 장면을 위한 것인가 봐요~

1장에서 신사의 산액 앞에 자리 깔고 앉아 문제를 푸는 하루미를 혼내고, 칼 두고 가서 다시 찾으러 온 하루미를 혼내고, 2장에서 말없이 들어와 또 바닥에 앉아 문제 푸는 하루미를 혼내고, 세키 씨 쫒아다닌다고 혼내고ㅋㅋㅋㅋㅋㅋ볼 때마다 엔에게 혼나는 하루미ㅋㅋㅋ 1장 읽을 땐 신사에서 하루미를 혼내던 여자가 엔인지 몰랐어요;;;;

찬바람 부는 골목에 하룻밤 혼자 있어야 하는 게 너무 무서워 늦게 다니지 않는 하루미ㅠㅠ 물론 꼭 그것때문만은 아니겠지만...ㅋㅋㅋ귀엽네요ㅠㅠㅠㅠ벌 받는 걸 보고 무서워 하거나 뭐 그런 장면은 안나오겠지만...아, 별 보는 거 좋아한다며...별은 집 마당에서만 보나...

여기서도 격투! 단어를 볼 줄이야ㅋㅋ 하루미데스 우고키마스-

그리고 ごめんください~ 이것도 기대하고 있어요ㅋㅋ 그냥 이 발음이 재미있어서>_<ㅋㅋ
전에 레디콘MC에서 리다 흉내내면서 했던 '오싱코구다사이~'를 잠시지만, 나츠메 우인장이랑 합쳐서 '고멩쿠다사이~'로 기억하고 있던 저의 어두운 과거도 생각나고 -_-ㅋㅋㅋ
 

초반엔 휘청휘청 다니는 장면이 몇 번 나오겠어요>_<
아~ 잠에 취하고 칼 무게에 휘둘리며 휘청이는 가....가냘픈 하루미...
하루미는 아무리봐도 씩씩한 이미지긴 하지만, 그래도 칼에 휘청거리려면 어느정도는 가냘파야... 모쪼록....가냘파야 할텐데....걱정이네요ㅋㅋㅋ




* 콘노하치만구
http://blogs.yahoo.co.jp/vtwinracer1000f/50500493.html

* 하루미가 푼 무라세의 산액 문제풀이
https://sites.google.com/site/seijiimura/home/09-san-gaku-no-mondai-ni-chousen/0-tian-de-ming-cha


* 앞 내용을 보시려면 아래 tag에서 '천지명찰'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V6 > 드라마/무대/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지명찰 제 2장 算法勝負 3  (4) 2011.08.19
천지명찰 제 2장 算法勝負 1  (4) 2011.08.12
천지명찰 제 1장 一瞥即解  (4) 2011.08.05